KPC: 설새해 PC: 이상윤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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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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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kp: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이상윤 열심히 자습해요
kp: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kp: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kp: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이상윤:o0(평화롭다)
kp: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이상윤:?
kp:상윤이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상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kp:깜빡, 깜빡.
상윤 교육 혹은 생물학 판정
이상윤:
kp: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이상윤:뭐지...
kp:상윤이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이상윤 깜짝
kp: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이상윤:내 교과서
kp: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무슨 강철 이성?)
이상윤:(ㅋㅋ
"얀마 이상윤!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kp: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이상윤 주위 두리번
kp:주변엔 자습하는 친구들 밖에 없어보입니다.
"너 인마 뭘 그리 두리번거려!"
" 빨리 자습이나 해!"
이상윤:옙
이상윤 자습해요
kp: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상윤에게 집중됩니다.
이상윤 자꾸 신경쓰여요
kp: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오직 상윤이를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이상윤:선생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상윤 사물함가요
"..이상윤!! 사물함 닫 뭐?"
kp:..? 상윤이는 화장실을 간다면서 사물함에 갑니다.
이상윤:(ㅋ이거아닌가
사물함 앞에 선 상윤 지능판정
이상윤:
kp: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이상윤:음...
kp:상윤이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kp: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kp: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이상윤:무슨 소리가 나는데...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kp: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이상윤:??
kp: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이상윤:아
상윤 지능판정
이상윤:
kp:쓰레기통입니다.
이상윤 쓰레기통 벗어요
kp:쓰레기통을 걷어낸 상윤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상윤:여긴 어디지
kp:교과서나 필통이 든 상윤의 가방, 상윤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이상윤 가방에 물건들 주워담아요
kp:상윤이 물건을 줍는 그때,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이상윤:입시 준비해야하는데 난감하게 됐네
kp: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1 해주세요
이상윤:여우가 두 발로 서다니
kp:그런 상윤을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서, 서, 설마……. 인간이다!!!!!!!!!!!!!!!!"
kp:아하! 상윤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이상윤 우두커니
kp: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잇다라 일어나자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여우한텐 놀라지만 나머지 요괴들은 뭐.. x밥 처럼 보입니다.
이상윤:ㅋ
kp: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상윤 관찰판정
이상윤:
kp: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상윤 멀뚱히 노려봐요
이상윤:여긴 어디지
"정말 인간이잖아."
이상윤:그럼 인간이 아니면
"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이상윤:(얘네들 내 말 무시하는거 같다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이상윤:...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이상윤:규칙?
kp: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이상윤:저기...저 돌아가겠습니다
"난 다리!"
이상윤 조용히 왔던 문으로 다시 가요
kp:상윤은 가는길이 막힌걸 이제서야 압니다.
이상윤:하...
kp:상윤에게 있어서 요괴들이 기이한 생명체인 것처럼, 요괴들 역시 인간을 팔다리 달린 물고기처럼 신기해하기 때문이죠.
"야, 얘 돌아가려나보다"
"킥킥, 갈수 있음 가보라지~"
"야 화났냐? 화났냐?
이상윤 주먹 꽈악
"야! 얘 주먹쥐었어! 신기하다!!"
이상윤: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나간다고? 누구 맘대로 나가지?"
kp:몇 분 후,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상윤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상윤:나가는 것도 허락을 맡아야 하나
"간만에 온 반가운 인간손님인데, 미안하지만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kp: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상윤이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이상윤 대걸레 들어요
kp: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상윤이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이상윤 눈만 굴려서 쳐다봐요
kp:일순 상윤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설새해:이봐, 다들 철칙을 잊은거야? 난 여태 신목 위에서 문을 열~심히 지키고 있었건만...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kp: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그래, 새해 네 마음대로 해."
"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이상윤:새해?
kp: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설새해:넌 누구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쨋든.. 여긴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그치만.. 문이 열릴때가 아니라서 널 당장 돌려 보내줄 수도 없겠다~
이상윤:문은 언제 열리는데?
설새해: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면 열릴꺼야.
이상윤:음...(심각한 얼굴로 고민해요
설새해:근데.. 너 누구야? 내가 뭐라 불러야해? 깜장머리 애야.
이상윤:이상윤...
설새해:이상윤? 그렇구나, 편하게 상윤이라고 해도 되지?
이상윤:아까는 고마웠어
설새해:아니야,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인걸? 그걸 안지킨 걔네가 머리가 어떻게 된거라구~
이상윤:그래 선생님 얘기를 하던데
설새해:뭐..~ 그렇지?
kp: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상윤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이상윤:여기도 건물이 있다니 다행이야
kp: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해는 이곳이 요괴들의 교육 기관인 ‘영월호’임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곳 학생이라는 것까지요.
설새해:여기가 내 학교야.
이상윤:오늘 하루만 여기에서 신세져도 될까
설새해:음.. 학교는 네가 있기에 매우 위험한데.. 우리집 갈래?
이상윤:하긴...(아까 그 요괴들 떠올리며) 너희집은 어딘데?
설새해:우리집은.. 여기서 좀 가면있어. 근데.. (널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너말야, 영월호 학생들과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이상윤:...
설새해:응응, 그러면 돼~
이상윤:기왕이면 깨끗한 쓰레기통은 없을까
설새해:깨끗한 쓰레기통이 어딨니~!
이상윤:...
설새해:진짜??? 아냐 아냐아냐 아 이리와봐!
이상윤:?
이상윤 새해 따라가요
설새해 요술로 귀랑 꼬리 만들어줘요
설새해:자, 늑대 모습이야. 이러면 들킬일이 없겠지?
이상윤:(ㅋㅋ
설새해:너... 그러면 여기서 나갈때까지 쓰레기통 써야해
이상윤:아니
설새해:그래 그럼 그냥 귀랑 꼬리 달고 있자.
이상윤:넵
설새해:쨋든.. 슬슬 가볼까?
이상윤:아 그래
kp: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새해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이상윤 씩씩하게 산올라가요
kp: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새해는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상윤 민첩판정
이상윤:
kp: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상윤은 한층 더 빠르게 새해를 쫓아 올라갑니다.
이상윤 운동신경이 빛을 발합니다
설새해:헤에... 잘 올라오네? 뭐 운동이라도 했나?
이상윤:여기 오기 전에 검도를 조금
설새해:난 요괴고,, 여기서 사니까 그렇지
이상윤:맞다 요괴였지
설새해:(ㅋ
kp:새해가 상윤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상윤 갸웃
kp:새해가 대체 왜?
설새해:상윤아, 너 혹시 여길 알고 있어?
이상윤:여기...?
kp:새해는 그렇게 말하며, 상윤이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이상윤:처음 오는 곳인데...
kp:그 배경을 등지고, 새해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상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해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설새해:아.. 그래?
상윤 심리학판정
이상윤:
kp: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상윤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이상윤:이런 멋진 장소를 알고 있다면 잊어버릴 리가
설새해:아, 아니야 여기서부턴 배 타고 가야해.
kp: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상윤:음
kp:새해는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이상윤:이거 왠지 황천길 건너는 그...
설새해:아니니깐 빨랑 타, 안그럼 먼저 간다?
이상윤 조각배 타요
kp:상윤이가 새해를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설새해:상윤아, 너 그거 알아? 반딧불이의 전설이라고.
이상윤:글쎄
이상윤 반딧불이 구경해요
설새해:그냥.. 반딧불이에 대한 별거 아닌 전설 같은거야. 대충.. 반딧불이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데,
이상윤:응
설새해:가끔 잃어버린 연인도 찾아준다고 하더라
·· HANDOUT ··반딧불이의 전설━━━━━━━━━━━━━━━━━─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한다.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며,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한다. 또한,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윤:좋은 전설이네
설새해:음.. 있긴 하지. 너는?
이상윤:난 ...없는데
설새해:음.. 아직 안 나타난걸까?
이상윤:아마?
이상윤 물구경해요
kp:상윤이가 물을 구경하고 있을 때 쯤,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상윤 지능판정
이상윤:
kp:정말 아름다운 꽃밭이네요.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요.
이상윤:왠지 꿈같아
이상윤 뺨 꼬집어봐요
kp:아픕니다. 아픈걸보니, 꿈은 아니겠네요.
설새해:혼자 뭐해? 빨리 집 안들어오면 누가 너 잡아먹는다?
설새해 빨리 오라고 손짓해요
이상윤:지금 가
이상윤 새해 쪽으로 가요
새해의 집
이상윤:실례합니다
이상윤 꾸벅
kp: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이상윤:되게...아늑한 집이다
설새해:혼자 살아서 그런가, 아 배고프지? 뭣 좀 가지고 올게, 심심하면 책 좀 둘러보고 있어봐~
이상윤:응
상윤 자료조사 판정
이상윤:
이상윤 책 뒤적거려요
kp:상윤이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교과서나 소설, 철학서나 역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상윤이가 익히 아는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서 상윤은 <이계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을 발견합니다.
이상윤:입시 얼마 안 남았는데
이상윤 펼쳐봐요
kp: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이상윤:이계라 마치 내 상황같잖아
이상윤 요괴 5철칙부터 읽어봐요
·· HANDOUT ··요괴 5 철칙━━━━━━━━━━━━━━━━━─옳은 요괴가 되기 위한 수칙 5가지 1. 자신을 소중히 여기되 남을 인정하여라. 다름은 죄가 되지 않는다. 2. 싸움과 전쟁은 양측을 갉아먹을 뿐이다. 평화를 지키며 양보를 소양으로 삼아라. 3.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라. 지식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 되므로. 4.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 이웃 된 자로서 책임을 다하여라. 5. 신목을 수호하라. 정해진 때가 되면, 신목을 넘어 인간 손님이 찾아온다. 문을 열고 찾아온 손님에게 해를 가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 대하라.
이상윤:음
이상윤 영월호 역사 봐요
kp:문득 상윤을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이상윤:(ㅋㅋ
·· HANDOUT ··영월호의 역사━━━━━━━━━━━━━━━━━─영월호(映月湖)는 무영국(無影國) 국경 부근에 존재하는 고등 교육 기관이었다. 500살~ 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학년 구분이 없으며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졸업할 수 있다. 영월호의 뜰에는 신목(神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기나긴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요괴들 사이에서 있었던 거대한 전쟁으로, 수많은 요괴가 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이계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몸살을 앓았다. 이에 나는 무너진 영월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즐거운 축제를 열도록 하겠다.
kp:상윤은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윤:그런 역사가 있었군
이상윤 끄덕거리며 신목의 규칙 봐요
·· HANDOUT ··신목의 규칙━━━━━━━━━━━━━━━━━─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영월호의 축제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그러나 내가 넘어왔을 때는 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축제후야제가 아니었다. 이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신목은 요괴들의 요력을 먹고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요괴가 근처에 모였을 때 한 번, 이들이 일제히 사라질 때 한 번.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 문이 열린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이 근방은 수많은 요괴가 목숨을 잃은 곳이므로…….
상윤 관찰력 어려움 이상
이상윤:
kp:와이게되네
이상윤 안경들썩
kp:상윤인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요.
이상윤:어?
이상윤 수정된 부분 자세히 봐봐요
kp:수정 흔적이 있긴하지만 흐릿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윤 이상함을 느끼며 어떤 기록을 봅니다
상윤 모국어나.. 지능 판정
이상윤:
·· HANDOUT ··어떤 기록━━━━━━━━━━━━━━━━━─이 부분은 나의 모국어로 적어둔다. 읽을 수 있다면 당신 역시 인계에서 이계로 온 인간이겠지. 어느덧 내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흘렀다. 요괴들은 생김새보다 사악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요괴들에겐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는 이들이 사랑스럽다. 이계를 재건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고 싶다. 그러나 내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게 한탄스럽다. 이곳에 온 당신 역시 그들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믿을만한 요괴에게 이 책을 맡기며, X월 X일. ■■■
kp: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상윤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상윤 이성판정
이상윤:
kp: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상윤 관찰판정
이상윤:
kp:상윤이가 모든 부분을 읽는다면,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이상윤:음
kp: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어쩐지 상윤이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이상윤:...
설새해:어때? 내 스페셜~ 이야
이상윤:이건 혹시
설새해:...선생님이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싫어..?
설새해 시무룩 해져서 귀 추욱 늘어나요
이상윤:아 먹는
이상윤 손 떨면서 그릇 들어요
이상윤:별로 배가 안 고팟
설새해 완전 기대해요
이상윤 말도 더듬어요
설새해:아
이상윤:(ㅋ
이상윤 눈 질끈
설새해 울망이며,, 접시 치우려해요
설새해:우와~~
이상윤 접시 금가요
이상윤:먹는다
설새해:어라 접시가.. 금갔는데...
이상윤 한입에 털어넣음
설새해:상윤이 최고~ 짱~
설새해 엄지 척~
이상윤:...
설새해:맛어때?
이상윤:...
설새해:내심 고민하면서 만든건데..~
이상윤:인간이라 아직
설새해:맛있단거지? 다음에 또해줄게!
설새해 듣고싶은거만 들어요
이상윤:아냐 다음에는
설새해:아 으응... 기대되네..
이상윤 고개 열심히 끄덕임
이상윤:근데 여기 왔던 인간은
설새해:응?
이상윤:혹시 어떻게
설새해:어어..?
이상윤:아니
설새해 어깨 꽁 때려요
이상윤:혹시나해서
이상윤 3m멀리 날아가요
설새해:이씨..
kp:상윤이 새해한테 맞고.. 괴식도 먹고 하는 사이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상윤이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완전히 지쳐버렸을 거예요.
이상윤:후...
설새해:음... 벌써 시간이.. 상윤이, 내 방에서 잘래?
이상윤:아 그건 조금
설새해:왜??
이상윤:새해 넌 잘 데 있어?
설새해:난 거실에서 자면 되지~
이상윤:그래
설새해:엥 내가 잘게 인간은 약해서 푹신한데에서 자야지!
이상윤:...
설새해:아까도 나한테 맞아서 3미터나 날라갔잖아~
이상윤 얌전히 침대에 누워요
설새해:옳지옳지
설새해 불꺼요
이상윤:잘자
이상윤 눈가아요
이상윤 감
kp: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상윤이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그리고 상윤은 어떤 꿈을 꿉니다.
kp: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상윤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상윤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상윤아.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kp:딸랑,
...
이상윤 따라가요
kp:방울 소리와 함께 상윤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새해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 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상윤 관찰판정
이상윤:
kp:개안함?
이상윤:(드디어
kp: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새해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이상윤:방울소리
설새해:야! 뭐해! 일어났으면 빨리 축제나 가자구!!
이상윤:아 응
kp:새해는 상윤을 재촉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새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상윤:이건?
설새해:짠짜잔~
이상윤:금방 끊어질거 같아
이상윤 실 빤히 쳐다봐요
설새해:가서 무시무시한 요괴들 사이에 길 잃어버리지 말라고~
이상윤:너만 따라다니면 되는거지
설새해:응 꼬옥 붙어다녀 알았지~? 잃어버려서 울지 말구!
이상윤:생각보다 그렇게 약하지 안거든
kp:설명을 들으면, 어쩐지 어린아이 취급을 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죠.
이상윤:나이는 비슷해 보이는데 ...
이상윤 새해 빤히
설새해:응 왜? 내가 좀.. 한번 씩 돌아볼만한 미모긴 하지만..
이상윤 고개 저어요
kp:두 사람은 어느덧 축제장에 도착합니다.
...
kp: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이상윤 뚜벅뚜벅
kp: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이상윤:확실히 준비를 많이 했군
설새해:그래!
이상윤 꼬리 살랑거려요
kp:사격장
"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설새해 돈 줘요
설새해:흠.. 너는 이게 어때? (네게 활 하나 건내며)
이상윤 고맙다는 눈짓하고 활 잡아요
이상윤:활은 처음인데
kp:시도 한다면 상윤, 정신력과 근력 둘다 굴리심 됩니다.
이상윤:이렇게 하면 되나
kp: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죽어라 이누ㅇ... 앗! 이 이상은 안 돼!
kp:새해와 무척 닮은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이상윤 뿌듯!
이상윤:이거 너 닮았다
이상윤 내밀어요
설새해:오.. 너 꽤 하네...
이상윤:그럴까
이상윤 품속에 넣어요
이상윤:더 할래?
설새해:이젠 어디갈래?
이상윤:시간을 골고루 써야지
kp:노점상
이상윤:돈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kp:상윤이가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상윤에게 말합니다.
"이봐, 돈이 없다면 손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kp: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상윤의 손목에 걸린 방울입니다.
이상윤 손목만져봐요
이상윤:언제부터 했었지
kp:문득 상윤은 팔찌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팔찌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이상윤:(ㅋ
설새해:...됐다, 여긴 볼게 없어. 그 출출하지? (손목 홱 잡아 끌어가요)
kp: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상윤와 새해에게 손짓합니다.
이상윤:(아쉽
"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이상윤:여기에는 제발 멀쩡한걸 팔길
kp:새해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이상윤:글렀네요
kp:……설마 정말 상윤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이상윤:대체 도룡뇽을 왜 회오리 시키는건데
kp: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이상윤 새해 음식으로 면역됐어요
kp:익숙합니다 이젠
설새해:자, 이거면 먹을 수 있지?
이상윤:으응
이상윤 한입 먹어요
kp:상윤이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설새해:괜찮아? 맛있어?
이상윤 한층 밝아진 미소
이상윤: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설새해:괜찮나보네~ 다행이다.
이상윤:크흠..흠
설새해:잘먹어서 다행이네 그럴 줄 알았어
이상윤:점집 가볼까
설새해:그래~
kp:점집
설새해: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하지만……. 뭐,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지.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가볼까?
kp:그리고 상윤와 새해가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이상윤:예?
kp: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이상윤:아 네
이상윤 이상하게 쳐다봐요
kp: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새해는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설새해:참나.. 쿠라마 녀석은 맨날 이래.
kp: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이상윤:...
쿠라마:걱정하지 마~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자자, 점이라도 봐줄게!
kp:쿠라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새해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이상윤:운세 봐주세요
kp:상윤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받으면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좋지! 어디보자..~
이상윤:요괴가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만..
쿠라마:상윤아,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게 좋아.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이상윤:제가 마치 다른 곳에 사는 것처럼 말하시는데
쿠라마:용하..다... 뭐 그런편이지! 하하!
이상윤:전 떠나고 싶어서...
쿠라마:미래.. 그래 어디보자... .. 음? 이런 점괘가 다 나오네.
이상윤:둘?
이상윤 새해 쳐다봐요
설새해 눈 마주치고는 웃어요
설새해:이런 요괴한테 이변이 뭐가 있겠어~
이상윤:그런가?
쿠라마:시험운? 원해?
이상윤 끄덕
쿠라마:그래그래 봐달라면 봐줘야지~ 복채는 새해 앞으로 두둑히 달아야 겠구만 ~ (껄껄)
이상윤 슬쩍 새해 눈치봐요
쿠라마:이 상태로 쭈욱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거다!
이상윤 끄덕
이상윤:새해 넌 뭐 궁금한거 없어?
설새해:난 딱히 없어. 넌 더 안봐도 돼?
이상윤 쿠라마씨 봐요
쿠라마:뭐야? 그 눈빛?
이상윤:더 봐주실건 없는지
쿠라마:뭐, 새해와의 궁합이라도 봐주랴?
이상윤:그건 뭔가요
쿠라마:말 그대로 너와 새해의 궁합이야.
이상윤: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쿠라마:말 나온김에 한번 봐볼까~
이상윤:음...
이상윤 새해 힐끔
kp:가만히 멍때리고 있는 듯 합니다.
이상윤:이제 갈까
이상윤 새해 툭 건드려요
쿠라마:어허, 어딜가려고
이상윤:네?
쿠라마:자, 너한테 봐준 시험운 말고의 복채는 네가 내야겠지~?
이상윤:...
쿠라마:돈은 됐어,~
이상윤:그렇다면?
kp:쿠라마는 그렇게 말하곤 상윤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가리킵니다.
쿠라마:그 넥타이면 돼.
이상윤:이거면 뭐...
이상윤 넥타이줘요
쿠라마:음~ 만족스럽네. 인간의 의복은 이렇게 얇고 정교한지.. 꽤 가지고 있을 만 하거든.
이상윤:그렇군요
이상윤 꾸벅
쿠라마:즐거운 시간 보내라~
kp:두 사람은 점집을 나옵니다.
설새해:이제 어디 가볼래?
이상윤:조금 출출한데
설새해:좋다~
kp:식당가
이상윤 자리 잡고 앉아요
kp:상윤이가 빈 자리에 앉는다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이상윤:?
타타:서.. 선생님?...
이상윤:네?
kp:귀여운 뿔을 가지고 있는 요괴 하나가 움찔거리며 상윤을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아.. 서, 선생님이 아니셨군요... 죄송해요..
이상윤:제가 선생님과 닮았나봅니다
타타:네에... 너무 닮으셔서.. 착각했나봐요...! 정말 선생님과 판박이라!..
이상윤:네?
타타: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보호해주는 분이 계신가봐요..!?
이상윤:...
타타:새해요??
이상윤:같은 학교 학생이면 아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타타:네네..! 같은 동문이라 잘 알아요!
이상윤:그런...
타타:새해는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이상윤:그러고 보니 전에도
타타:그래요..? 그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상윤:그러니까요 이렇게 도움도 받고 있는데
타타:글쎄요...
이상윤:선생님이요?
타타:생각해보니 그 선생님도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셨어요.
이상윤:아
타타: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이상윤:그 책을 쓰신 분이신가
타타:저도 그 선생님 밑에서 잠깐 배웠는데, 그때 새해가 엄청 잘 따랐던거 같아요!
이상윤:이미 돌아가셨지 않을까요
타타:그렇군요...
이상윤:갑자기?
타타:새해가 선생님께 무슨 선물도 하나 해드렸다고 하는데..
이상윤:선물을 받은 직후 사라지신건가
kp:그때, 새해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상윤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이상윤: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라도...
kp:새해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는 상윤이 앞에 앉습니다.
이상윤:왔어?
설새해:응응, 이거라면 잘 먹을 수 있으려나? 좀 들어~
이상윤:같은 동문이라고 하던데
이상윤 새해가 내민 국수 받아들어요
설새해:뭐.. 동문들이랑은 얘기를 잘 안하니까.
이상윤:그래?
설새해:애들이 날 좀 무시했어.
이상윤:응?
설새해:그냥 내가 졸업안하고 그래서 놀리는 수준이었다가.. 점점 뭐 심해진거지 별거 아냐
이상윤:어린애도 아니고
이상윤 국수 한입 먹어요
설새해:난 신경안써서 괜찮아 괜찮아~
이상윤:저번에 잃어버렸다는 사람이
설새해:글쎄..~ 그런건 왜물어?
이상윤:여기온 후로 도움만 받아서
설새해:괜찮네요~ 난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야~
이상윤:그건 무슨 소리지
설새해:응? 이곳에 온 인간을 도와주고 잘 돌려보내는거~
이상윤:선생님도 그쪽으로 돌아가신게 아닐까?
이상윤 국수 마셔요
설새해:그쪽.. 글쎄... 그나저나, 국수 다 식겠다 어서 먹어
이상윤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어요
설새해:오구오구 잘한다~
이상윤:내가 국수 좋아하는지는 어떻게 알고
이상윤 만족스러움
설새해:다행이다~
이상윤:낚시터 안 봤나
설새해:그럴껄?
이상윤:가보자
kp:간이 낚시터
이상윤:...
kp:할 마음이 있다면 민첩판정 해주세요!
이상윤:이거
설새해:걱정마 내가 있잖아
이상윤:다친 사람...아니 요괴는 없는 낚시터겠지?
설새해:없어! 없어! 겁쟁이야~!
이상윤:
kp: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금붕어는 뻐끔거리며 작은 이빨을 벌려봅니다.
이상윤:...
설새해:오~ 건졌네~
이상윤:이런 것도 성공으로 쳐주나
이상윤 새끼 금붕어 담아요
설새해:귀엽다~
이상윤:가질래?
설새해:아니 괜찮아
이상윤:이걸 가지고 가면 큰일날거 같아
이상윤 다시 풀어줘요
kp:문득 금붕어를 놔주고 상윤이가 돌아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설새해 미호 주둥이 틀어막아요
미호:읍으읍으브브!
이상윤 검지손가락으로 쉿해요
미호:씨이...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이상윤:그런 편이지
미호:쳇, 인간들이 득실득실 한 곳따위! 치가 떨린다!!
이상윤:같이 갈까?
미호:뭐? 인간은 못온다고 바보야~ 영월호 내부에 있기 때문에!! 메롱메롱 메에롱~
이상윤:...
미호:메롱~
이상윤 볼 쭉 잡아당겨요
이상윤:왠지 얄밉네
미호:으갸갹! 이 이거놔라 인간!!!
이상윤:나도 가고 싶어
미호:쳇, 인간은 못온다고!! 바~보 새해 너 이런 멍청이랑 다니는거냐?! 헹!
kp: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이상윤:새해 넌 기도하러 안 가도 돼?
설새해:음.. 가야하긴 하는데, 널 두고... 음.. 잠깐만 기다려봐
kp:잠시 새해가 가까운 곳에서 교복 하나를 가지고 옵니다.
설새해:잠깐 빌렸어,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자.
설새해 네게 교복 건내요
이상윤:갈아입고 올게
이상윤 교복받고 주위두리번
설새해:저기.. 화장실 있어. 거기서 입구와
설새해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이상윤 화장실에서 갈아입고와요
상윤 행운판정
이상윤:행운
설새해:굴리자
이상윤:뭐였지
=
설새해:
=
이상윤:z
설새해:아 어떻게
이상윤:
설새해:아니 너가 따로
이상윤:
=
설새해:아냐
이상윤:굴린의미
설새해:더하기 말고
이상윤:아 왠지
=
kp:상윤이가 입은 교복은.. 누가봐도 이상윤 옷입니다.
이상윤:괜찮아?
kp:새해가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상윤은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설새해:와.. 나의 눈썰미 대단해...
이상윤:이거 칭찬인지..
kp:상윤와 새해는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도중 몇몇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상윤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이상윤:o)(휴)
kp: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설새해:(B반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반이야~
kp:새해는 처음으로 학부모를 데려온 것처럼, 들뜬 듯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이상윤 교실 구경해요
이상윤:네 자린 어디였는데
kp:상윤이 교실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설새해:내 자리는... 여기!
kp:새해가 짚은 자리는, 인계에 있는 상윤이의 바로 옆자리네요.
이상윤 왠지 익숙하게 새해 옆자리에 앉아봐요
이상윤:난 여기였는데 우연이네
설새해:거긴 항상 비어있더라, 내 옆자리라 그런가..
이상윤:그래?
설새해 자기 자리에 앉아서 상윤이 마주봐요
설새해:응, 난 맨날 내 옆자리 비어있었어
이상윤 고개 돌려서 새해봐요
이상윤:같은 학교면 좋았을 텐데
설새해:그러게... 인계 학교는 재밌어?
이상윤:그냥 평범하지
설새해:우리도 비슷할거같애, 시험보고 졸업하고..
이상윤:맞다
설새해 벌떡 일어나요
이상윤 따라 일어나요
kp: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상윤와 새해는 별관에 도착합니다.
이상윤 벽화 슬쩍 봐요
kp:벽화
이상윤:?
상윤 관찰력
이상윤:
kp:<이 글을 보는 당신, 사냥개를 조심하세요>
이상윤:음...
이상윤 석상봐요
kp:석상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상윤 이성판정
이상윤:
kp:-1 해주세요
이상윤 신관한테 가요
kp:신관
"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이상윤:네
"그러시군요, 그럼 소원을 빌고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kp: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요.
"다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이상윤: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신당내에서 모르시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여쭈어봐주세요."
이상윤 붉은 종이 받아요
이상윤:네
kp:신관은 웃으며 자리를 비켜줍니다.
이상윤:소원 빌거지?
설새해:음.. 뭐... 음... 그래~
이상윤:소원 빌고싶지 않아보이는데
설새해:아
이상윤:정말?
이상윤 종이 내밀어요
설새해 종이 받아요
설새해:내 소원 안보여주게 저~기 가서 적어야겠다
설새해 멀리 떨어져요
이상윤 반대편으로 가서 소원 적어요
이상윤:o0(집가고 싶어요)
설새해 다 적은 종이 매달아요
설새해:아 뭐라 적었는지 물어보고싶다
이상윤:안돼 큰일난다
설새해:허잉..
이상윤 안 보이게 매달아요
이상윤:네 소원은 왠지
설새해:그거 아닌데
이상윤:아니면 말고
설새해:포기가 빠르네..
이상윤 끄덕
이상윤: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돼
설새해:나가자 그럼~
kp: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상윤 민첩하게 갈아입어요
이상윤 민첩판정
이상윤:
kp:폰민첩인가 봅니다.
이상윤 입으로만 민첩해요
...
kp: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이상윤:아
kp: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이상윤 주위 두리번 두리번
kp:지금쯤 부모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상윤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kp: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상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새해입니다.
이상윤:새해
설새해:어? 아니.. 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거 같아서 풀었어.
이상윤:혼자 먼저 간 줄 알았어
설새해:아니야~ 내가 널 두고 혼자 갈거같애?
이상윤:...
이상윤 말없이 손내밀어요
설새해 손 꼬옥 맞잡아요
kp:……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설새해:앗 참, 곧 불꽃놀이가 시작된다는데.. 내가 명당인 자리를 좀 알지. 올라가서 보자!
이상윤:응
kp:부드럽게 손을 잡아당깁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상윤을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kp: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상윤이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설새해:.. 불꽃놀이 진짜 예쁘다 그치.
이상윤:응 그러네
이상윤 새해쳐다보면서 대답해요
이상윤: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
설새해:나도, 혼자 보지 않는 불꽃놀이는 오랜만이네..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상윤:?
kp: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kp: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새해는 상윤을 돌아봅니다.
이상윤 손꽉잡아봐요
kp: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상윤이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상윤:여길 벗어나야돼
kp:그에 상윤은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설새해:상윤아, 절대 저것들을 봐서는 안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장이야!
이상윤 굳은 표정으로 끄덕여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kp: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1 해주세요
상윤 행운 판정
이상윤:
kp:급하게 달리느랴, 상윤이의 품에 있던 새해 인형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이상윤:아
이상윤 잡아봐요
kp:이미 잃어버린듯 합니다, 이럴때가 아닙니다. 도망가야해요!
이상윤:아니 인형이..
이상윤 달리며,,
kp: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새해는 묵묵히 상윤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
kp:새해는 상윤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이상윤:...
kp: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상윤와 새해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설새해:...상윤아,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kp:라고, 새해는 말합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이상윤:나무가 사라졌는데..
설새해:...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널 돌려 보내줄 수 있어.
이상윤:네가? 어떻게..?
설새해:..내 힘으로 신목의 문을 잠깐 열고 닫을 수 있어.
이상윤:그런 힘이 있었으면 진작 알려주지 ( 약간 희망이 생긴 얼굴로
설새해:그래, 돌아갈거지?
이상윤:응 잠깐이지만 즐거웠어
kp:상윤 인계로 돌아가나요? (엔딩 분기점입니다)
이상윤:너도 놀러올래?
설새해 고개 저어요
설새해:난 갈 수 없어, 여기서 해야 할 일도 있고..
이상윤:그래 ...(선생님을 찾는건가 혼자 짐작해봐요
설새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상윤:궁합 결과는 나빴지만 난 재밌었거든
이상윤 손목에 찬 방울 새해줘요
설새해:나도 재밌었어,
설새해 방울 돌려주며
설새해:이건 네꺼야
이상윤:받기만 하고 해준게 없는데
설새해:너만 건강하면 돼 괜찮아
이상윤:...알았어
kp:새해는 상윤을 뒷산의 신목으로 데려갑니다.
이상윤:?
설새해:... 건강해야 해 ..그럼 안녕. 잘지내.
kp: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상윤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상윤 당황해서 팔 뻗어봐요
이상윤:...너도!
kp:상윤이의 팔이 새해한테 닿지도 못한채 구멍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kp:그럼에도 새해는 상윤을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상윤 듣기판정
이상윤:
설새해:...다시 만나서 정말 기뻤으니까..
kp:그렇게 말하며, 새해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건 상윤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이상윤 눈 커져요
...
kp: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상윤 이성판정
이상윤:
kp:-1 해주세요
첫 번째 이야기
kp: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어린아이는, 상윤 본인이니까요.
kp: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1 해주세요
두 번째 이야기
kp: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새해야, 돌아가야지."
kp: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kp: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새해입니다.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kp: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새해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kp: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상윤은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상윤 이성판정
이상윤:
kp:아이고..
이상윤:(너덜너덜
kp:1d6
이상윤:
=
kp:-4 해주세요
kp:상윤은 문득 깨닫습니다.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1 해주세요
kp:상윤은,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상윤:...
이상윤 툭툭털고 일어나서 한참 서있어요
이상윤 신목 쳐다봄
인계
kp:상윤이가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발로 걷어차거나 소리를 질러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윤은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새해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상윤 이성체크
이상윤:
kp:-2 해주세요
상윤 지능 판정
이상윤:
kp: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상윤을 괴롭힙니다. 조급한 마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상윤:하...
kp:상윤은 무너지는 이계와 새해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상윤 머리 싸매요
kp:상윤에게는 새해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이상윤 신목 앞에서 계속 생각해봐요
이상윤:뭐 더라
kp: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새해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깜빡, 깜빡.
kp:반딧불이 한 마리가 상윤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상윤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이상윤 사라질까봐 쫓아가요
kp:상윤이가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가면,
상윤 건강판정
이상윤:
kp:이정도는 거뜬합니다.
kp: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상윤의 시야를 가립니다.
상윤 정신력 판정
이상윤:
kp:그렇다 하더라도 상윤은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이상윤 다친 몸으로 열심히 뛰어요
kp:상윤이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상윤 지능판정
이상윤:
kp:학교 안으로? 대체 왜? 상윤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갑니다.
이상윤:그러고보니 처음에도 사물함으로...
이상윤 갸웃
kp: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3-B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상윤 근력 혹은 열쇠공
이상윤:
kp:남은 힘을 쥐어짜,
이상윤 숨몰아쉬고 사물함으로 가요
kp:상윤은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
kp: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선생님?"
kp: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상윤 이성판정
이상윤:
kp:1d3 해주세요
이상윤:
=
kp:-1해주세요
이상윤:새해야...
kp: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새해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설새해:뭐야.... 너 상윤이잖아...
이상윤:나여서 ...실망했어?
설새해:아니...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상윤:선생님 찾았으면서
설새해:..다시 돌아오니까 반가우면서도.... 왜 왔어..
이상윤:너랑 있으려고...
설새해: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 어서 돌아가.
이상윤:상관없어
설새해:안돼... 빨리.. 돌아가..... 여깄으면 안돼 넌 인계에 사람들이 있잖아..
이상윤:...
설새해:... 아무것도 구한게 없는 내게 넌 유일한 생존자야. 어서 돌아가..
이상윤:아니. 이번엔 너만 두고 절대 못 가
상윤 지능판정
이상윤:
kp:새해는 분명 상윤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윤 손목에 있는 방울 새해 손에 걸어줘요
이상윤:찾는게 내가 아니어도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설새해 고개 저으며 팔을 간신히 들어 이빨로 팔찌를 빼서 다시 상윤이한테 줘요
설새해:싫어..... 이거 주지마..
이상윤:왜?...
설새해:너와 내가 만난건 다 이 방울 덕분이야..
이상윤:...
설새해:나한테 이걸 주면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이상윤:이해할 수 없어
설새해:...내가 지금 이 방울이 소멸되어 다시 살아난다 해도, 넌 방울이 없어서 이계에 오지도 못해.
이상윤:....
설새해:그치만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이상윤:다른 생명으로?
설새해:이 방울을 가지고 날 기다려줘,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 처럼..
이상윤:...
설새해:내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네가 그 방울을 잊지 않고 가지고 있다면...
이상윤:그래...
설새해:(오른쪽 팔을 힘겹게 들어 네 뺨을 쓸어줘) 어서 가... 이제.
이상윤 새해 손 잡고 뺨 부벼요
이상윤:다음에 만나자...
kp:새해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습니다. 그치만 이곳에서, 상윤이와 새로운 만남의 약속을 합니다.
kp:상윤은 다시 인계로 돌아가나요, 아님 이계에 남나요?
이상윤 인계로 돌아가서 새해 기다립니다
설새해: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
kp:새해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kp:상윤이가 새해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kp:안녕, 새해.
E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이상윤:(ㅜㅜㅜ
상윤 생환, 새해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상윤은 지멸 고등학교 3학년 B반
학생입니다.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상윤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상윤이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상윤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기준치: | 70/35/14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건...
그치만..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뭘 넣었든,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가 지금 졸고 있나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상윤을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윤은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상윤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상윤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상윤, 혼자만의 것입니다.
여긴.. 저승길인가요? 상윤인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상윤은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상윤은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상윤이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윤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아
그러나 상윤이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기준치: | 69/34/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살다 보니 별 일이 다있군
아
여우는 네발로 걸어야한다고
기준치: | 55/27/11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상윤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상윤을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뭐겠냐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어찌됐든, 상윤이가 대화에 끼어들거나 말을 걸면 몇 초 정도 입을 다물고 상윤을 바라보긴 합니다.
하지만 그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신기해 하지만 말고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는지 알려줘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상윤을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상윤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그 덕분에 상윤은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상윤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상윤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새해라고 불린 요괴가 상윤을 향해 돌아봅니다.
내일 시작이니까.. 쫌 기다려야겠네.
응
너는 새해?
응, 난 새해. 아까 들었구나?
너희들도 학생 같은 거야?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 녀석들한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너는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어떨까?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고 다녀야 한다는거지
쓰레기통 쓰기 싫어?
해볼게(쓰레기통 만지작
아까 한 말은.. 장난인데 진짜로 할까봐 무서웠네
어쩔 수 없잖아
근데 이건 기분이 이상하네
역시 쓰레기통이...
그럴 자신 있어?
열심히 요괴 해보겠습니다
집으로 간다고 했지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상윤이가 어째서 이런 곳으로 가는지 묻는다면, "여기에 집이 있으니까." 라고 답합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새해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넌 운동도 안 하는거 같은데
빠르네
우리집 가는 길인걸?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상윤을 좋아하는 걸까요?
상윤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새해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새해는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새해는 상윤을 향해 돌아봅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상윤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기준치: | 15/7/3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왜 물어보는데?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무슨 전설이야?
새해는 잃어버린 연인이 있어?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새해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새해는 상윤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새해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나 졸고 있는거 아니겠지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2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계탐험록?
되게 상식적인 철칙이어서
당황스럽다
걔넨.. 상식이 없나봅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게 원본이 아닌가
기준치: | 60/30/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9/34/13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알아도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겠지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새해가 쟁반을 상윤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주술에 쓰는 물건인지
거였구나
파서
...알았어..
먹는다.....
여긴 다 이런... 걸 먹나
요괴들의 미각을 잘...
모르겠다
인간의 음식을 내가
체험시켜 줄테니까
굳이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돼
음식먹다가 죽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너 자꾸 내 음식가지고 왜그래!
실례지 않을까
넌 손님이니까 괜찮아.
내가 거실에서 자면 되겠다
그럼 잘자!
그는 상윤의 손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딸랑……
기준치: | 55/27/11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여기에서 나는거였구나
되게 부지런하네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상윤와 새해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상윤이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새해는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상윤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이거 미아 방지책!
아냐 이거.. 가늘긴 하지만 의외로 단단해
그런가
않
뭐, 몇백 살 이상 먹은 새해의 입장에서 상윤이가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그렇게 바라보니 부끄럽네?
할말있어?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상윤와 새해는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격장 가보고 싶어
상윤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상윤와 새해를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80/40/16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게, 귀엽다~
너 가져, 이계 온 기념으로?
네 맘대로해~
노점상 가볼래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새해는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이건... 제 물건이 아니라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있었냐고ㅈㅅ
언젠가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가지고 있는 거였습니다 짜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9/34/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계산을 마친 후, 새해가 상윤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상윤이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잘 먹을게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새해는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밀고, 이어서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줍니다.
약과는 처음 먹어본다
참나.. 어제 내 요리 별로엿었구만? 아주..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새해가 멈춰섭니다.
근데,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인데?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이 집 용하네요...?
미래 예지좀 해주세요
어떻습니까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야. 천만 다행으로,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너희 둘, 조심하는 편이 좋겠네.
새해도 이변이?
여기 시험합격운 같은건 안봐줍니까
어디보자.... 음... 시험운 자체는 좋아, 네가 이상한 길만 안빠진다면 말이지.
보자... ....... 호오...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할까.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구나.
.. 이 점은 못 본거로 할게~
별론가보죠
제가 지금 돈이 없어서
쨋든, 다른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둘다 어서 가봐!
가보겠습니다
배고프진 않구?
식당가?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상윤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새해는 상윤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학생인데요
아.. 그 저는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저는...그
아직 재학중인...
아 그러시군요...!! 제가 실례를.!
그나저나.. 인간분이시죠?
티가 났군요...
새해라는 분의 도움을 받아
돌아갈 때까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새해.. 안그래도, 몇백 년 째 졸업 시험도 안보고.... 걱정되던 참이었는데..
어쩌다가
그래서 아마 일부러 미루는거 같아요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고 했던 것 같네요
뭐 도울 일이 없을까요
근데.. 새해가 기다리고 있는게... 누구더라.. 선생님?
인걸로 알고있어요..!
인간이라면
책이요?
새해 집에서 본 책이 있어서요
저자가 그분 같거든요 이름은 못 봤지만
근데 갑자기 선생님이 사라지시긴 했어요..!
별로 안 친한가
의외네
그래서 잘 얘기를 안하고 살았지 뭐~
믿기지 않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런거 일일히 반응하기도 귀찮고..
선생님인거지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을까하고
아
네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고 했던거 같기도?
뭐.. 맞지?
신목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 잘마시네..
다 먹었으면 이제 뭐 할래?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그럼에도 상윤이가 바란다면! 금붕어 뜨기를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괜찮은거지?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냐?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메롱메롱~
그럼 난 가볼테니 둘이 머리 맞대고 알아서 하셔~
안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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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
기준치: | 15/7/3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굴려야지 멍청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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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ㅋ
ㅋ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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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기준치: | 40/20/8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이름이라도 적어놨는지 확인해봐야 할정도네요.
어쩜 이리 딱맞아?
너 정말 요괴같애~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은은하게 나는 나무의 향과 먼지의 향이 나는 듯 싶습니다.
진짜?
신기하다~
수업듣고 공부하고
여긴 어떤지 모르겠는데
재미없어
쨋든..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어서 소원빌러 가보자구!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수많은 돔을 그린 벽화입니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문득, 상윤은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기 개도 있나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석상입니다.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기준치: | 69/34/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상윤이가 다가오면 살갑게 인사합니다.
어디에서 하면 되나요
아.. 아냐~~
종이 줘 종이줘~
예상이 가
에휴, 이제 됐나? 더 할 거 없지?
아! 상윤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상윤이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새해가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새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상윤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무리 새해를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혼자 남겨지자, 상윤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상윤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상윤이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인파를 헤치고 상윤이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새해, 이 사람만은 지금 상윤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상윤이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새해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그러나 상윤와 새해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상윤와 새해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상윤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새해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상윤을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새해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새해는 멍하니 서 있던 상윤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새해와 상윤은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기준치: | 68/34/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상윤와 새해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윤은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가는 건 너 혼자.
그럼 나중에라도
기다릴게
올거지?
아
나한테 주지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새해와 상윤만이 알겠죠.
그리고 새해는 신목에 상윤을 밀어버립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새해는 상윤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새해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새해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상윤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새해입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전에는 상윤이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상윤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상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기준치: | 67/33/13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상윤을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상윤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윤은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손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팔찌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상윤도 아는 사람입니다.
또한, 새해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상윤의 혈연입니다.
기준치: | 66/33/13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새해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새해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새해가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새해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기준치: | 66/33/13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해주세요
rolling 1d6
(
)
4
4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기준치: | 62/31/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상윤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상윤은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상윤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상윤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상윤을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기준치: | 61/30/12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상윤은, 이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가나요?
아니면 혹시 몰라 신목앞에 남나요?
반딧불이?
위험에 처했던 상윤을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상윤은 새해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마침 반딧불이라고 중얼거리자마자,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상윤이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상윤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ㅋ
상윤은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상윤은 이계의 산에서는 늘 새해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새해는 줄곧, 상윤이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새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새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상윤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상윤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상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상윤은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상윤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상윤을 안내한 반딧불이는, 상윤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쓰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완전한 어둠입니다.
그리고, 상윤이의 사물함 만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상윤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손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상윤은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새해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새해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상윤을 속인 사실에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상윤이가 새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새해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새해는,
기준치: | 59/29/11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
1
1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새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윤을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상윤이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새해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새해와 상윤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새해는 상윤을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
신목이 무너져서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
기껏 가고 싶어했으면서 왜 다시 왔고... 왜 남으려고 하는거야 바보야...
모르겠어 나도
기준치: | 60/30/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새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같이 있잖아
우린.. 평생 만날수없어
상윤아..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어.....
응, 그게.. 인간이 될지도 모르잖아?
우린 분명 다시 만날거야.
시체와 맞먹는 차가운 손을 상윤이의 따뜻한 손으로 아무리 데워줘봐도, 새해의 손은 따뜻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윤이의 마지막 말에 새해는 힘겹게 웃어보입니다.
어쩌면 중얼거리는 말로 상윤과 같은 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새해를 잇습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상윤을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새해가 상윤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상윤은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럼에도 상윤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상윤이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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